
한국인 성인의 약 90%가 비타민 D 부족이라는 말,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저도 건강검진 결과표를 받을 때마다 숫자가 낮게 나오면 덜컥 겁이 나서 약국으로 달려가곤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의학계에서 그 기준 자체가 잘못 설정됐을 수 있다는 논의가 나오고 있습니다. 무엇이 진짜 문제인지, 데이터를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혈중농도 기준, 왜 사람마다 다른 말을 하는 걸까
비타민 D의 혈중농도, 정확히는 혈청 25-하이드록시비타민D(25(OH) D) 수치 기준이 기관마다 다릅니다. 25(OH) D란 간에서 1차 대사를 마친 비타민 D의 형태로, 혈액 검사에서 실제로 측정하는 수치입니다.
영국 영양과학 자문위원회와 네덜란드는 12ng/mL 이상이면 충분하다고 봅니다. 반면 미국 소화기 내분비 학회 계열에서는 30ng/mL 이상을 권장합니다. 국내저도 수치가 16~17대로 나오면 무조건 부족하다는 말을 들어왔는데, 나라마다 기준이 이렇게 다르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는 솔직히 황당했습니다.
여기서 핵심적인 문제 제기가 나옵니다. 뉴트리션(Nutrition) 저널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현재 권장 기준이 건강한 사람 중 상위 2.5%가 섭취하는 양을 기준으로 설정되었다는 점이 지적되었습니다. 쉽게 말해 가장 많이 섭취하는 상위 집단을 기준선으로 삼았으니, 일반인 대부분이 '부족'으로 분류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존스 홉킨스 대학교의 스티븐 잘츠버그 교수도 2022년 경제전문지 포브스를 통해 비슷한 맥락에서 비타민 D 보충제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기준이 과도하게 높게 잡혀 있어서 대부분의 사람이 결핍처럼 보이는 것이라는 시각, 저는 이게 꽤 설득력 있다고 생각합니다.
햇빛합성, 유리창 안에서는 안 된다는 사실
비타민 D가 햇빛으로 만들어진다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메커니즘을 제대로 알게 된 건 꽤 최근의 일입니다. 피부에 자외선 B(UVB)가 닿으면 피하 조직의 콜레스테롤과 화학반응이 일어나 비타민 D3 전구체(프리비타민 D3)가 생성됩니다. 프리비타민 D3란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비타민 D의 초기 형태로, 이후 혈관을 타고 간으로 이동해 1차 대사를, 그다음 신장에서 2차 대사를 거쳐야 비로소 몸이 쓸 수 있는 활성형 비타민 D가 됩니다.
문제는 UVB의 파장입니다. 비타민 D를 만드는 자외선은 파장이 280~320nm인 UVB인데, 이 파장은 일반 유리를 거의 통과하지 못합니다. 자외선 측정 실험 결과에서도 유리창을 통과한 자외선 A(UVA)는 실내로 들어왔지만, UVB는 거의 차단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무실 창가에 앉아 햇볕을 받고 있어도 비타민 D 합성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저도 재택근무를 하던 시절에 창문 옆에 앉아 '햇빛은 충분히 받고 있다'라고 착각했는데, 이 사실을 알고 나서 꽤 허탈했습니다.
또 하나 눈여겨볼 사실이 있습니다. 국민건강영양조사를 기반으로 한 국내 연구에 따르면, 비타민 D 결핍률이 노년층보다 20~30대 젊은 층에서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출처: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실내 생활이 가장 긴 연령대에서 오히려 결핍이 심각하다는 것입니다. 이 결과는 단순히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 패턴의 문제라는 점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과잉섭취, 안전하다는 보충제도 독이 될 수 있다
비타민 D는 지용성 비타민(fat-soluble vitamin)입니다. 지용성 비타민이란 물에 녹지 않고 지방 조직과 간에 축적되는 비타민으로, 수용성 비타민과 달리 소변으로 쉽게 배출되지 않습니다. 비타민 A, D, E, K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과잉 섭취가 지속되면 체내에 독성이 축적될 수 있습니다.
비타민 D 독성이 나타나면 혈중 칼슘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고칼슘혈증(hypercalcemia)이 생길 수 있습니다. 고칼슘혈증이란 혈액 속 칼슘 이온 농도가 정상 범위를 초과한 상태로, 신장 결석, 담석, 근육 마비, 심한 경우 부정맥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보충제로 쉽게 접근하다가 이런 부작용을 맞닥뜨리면 생각보다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효도 선물로, 혹은 "몸에 좋다니까"라는 이유만으로 검사도 없이 고용량 비타민 D를 복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제 경험상 이건 좀 위험한 접근입니다.
이 부분과 관련해서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지용성 비타민 과잉 섭취에 대한 주의를 안내하고 있습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수치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보충제를 무작정 늘리기보다, 본인의 상태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비타민 D가 필요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구분하는 기준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골다공증 진단을 받은 경우: 적극적인 비타민 D 치료가 권장됩니다.
- 주사 피부염(rosacea) 등 면역계 질환이 있는 경우: 결핍 교정이 치료 보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 혈중 25(OH) D 수치가 12ng/mL 미만인 명확한 결핍 상태: 보충이 필요합니다.
- 별다른 질환 없이 수치가 15~20ng/mL대인 경우: 식습관과 햇빛 노출 개선을 먼저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4주 실험이 보여준 것, 햇빛과 식습관만으로도 수치는 바뀐다
실험 참가자 네 명이 보충제 없이 식단 개선과 햇빛 노출만으로 4주를 보낸 결과가 흥미롭습니다. 수치가 6.3이었던 참가자는 13.67로 두 배 넘게 올랐고, 비정상적으로 높았던 부갑상선 호르몬(PTH) 수치도 절반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부갑상선 호르몬이란 혈중 칼슘 수치가 낮아질 때 뼈에서 칼슘을 빼내도록 신호를 보내는 호르몬으로, 비타민 D가 부족하면 이 호르몬이 과잉 분비되어 뼈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표본 수가 네 명이라는 한계는 분명히 있습니다. 이 결과를 모든 사람에게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이 실험에서 의미 있게 본 것은, 생활 습관의 변화가 수치에 실제로 반영된다는 사실입니다. 저도 규칙적으로 걷기 시작하고 등 푸른 생선이나 버섯류를 의식적으로 챙겨 먹으면서 예전보다 피로감이 줄고 잠이 잘 오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당시에는 단순히 운동 효과라고 넘겼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햇빛과 음식의 복합 효과였을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약을 끊고 5년이 지난 후 골밀도가 오히려 개선된 사례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골밀도 T-점수(T-score)가 -2.4에서 -2.0으로 올라간 것인데, T-점수란 젊은 성인 평균 골밀도와 비교한 표준편차 값으로, -2.5 이하면 골다공증으로 진단합니다. 단 0.4 포인트의 변화지만, 보충제 없이 걷기와 햇빛 노출만으로 이뤄낸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다릅니다.
비타민 D를 어떻게 접근할지는 결국 본인의 몸 상태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치 하나에 불안해지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기준 자체가 논란 중이고 과잉 섭취는 독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질환이 있어 의사가 처방한 경우라면 충실히 복용하는 것이 맞고, 그렇지 않다면 하루 20~30분 야외에서 햇빛을 쬐고 고등어·연어·버섯 등 비타민 D 함유 식품을 식단에 포함시키는 것을 먼저 시도해 보시길 권합니다. 영양제보다 생활 리듬을 먼저 점검하는 것, 이게 제가 이 주제를 들여다보며 내린 결론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건강 상태나 치료 여부는 반드시 의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